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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야기 - 면접, 출장, 직무 등

[직장] 5. 해외영업 사람들은 왜 중소기업을 기피 하는가?

by 후랭쿠 2022. 9. 26.

안녕하세요 당직신 운영자이자 MBA출신 후랭쿠입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우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원래는 타 지역 출장 이야기를 쓰려고 했습니다만, 사람들이 중소기업을 왜 기피하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중소기업이 이제는 하다하다 좋소라는 단어로 불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청년실업률은 높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구직난에 빠져 애를 먹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 역시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 10년간 중소기업에 중소하면서 많은 것들을 겪었었는데, 여러가지 사항들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아직 취업전인 취업준비생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쓰는 것이지 꼭 특정 회사나 중소기업들을 싸그리 잡아서 비난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오해는 말아주시고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왜 중소기업을 기피 하는가?

 

[직장] 5. 해외영업 사람들은 왜 중소기업을 기피 하는가?

사람 들, 특히 청년들은 왜 중소기업을 기피 하는 것일까? 여러가지가 있을테지만 주로 당해본 선배, 지인, 가족들의 만류가 제일 많을 것이다. 혹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 나머지 "나 정도는 삼성에 들어가줘야지" "내가 여기 들어가기엔 좀 아니지 않나?" 라는 자신감과 자만심이 공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여러가지 유형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된 부분이므로 인터넷 상 읽어본 글들과 상당히 겹치는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그게 불행히도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필자가 표절을 했다기 보다는 참 슬프게도,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미생처럼 그렇게 화려하거나 아름답지는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다 하는 악행들이 비슷하기 때문이라 하고 싶습니다.

 웹드라마 좋좋소도 더 중소기업보다는 중견기업에 가까운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재직자들의 무기명 소통 앱인 블라인드만 보면, 죄다 연봉이 1억넘는 사람들이거나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 들 천지랍니다. 대한민국 청년 재직자 중 7할 이상이 중소기업에 다닐텐데, 도대체 그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요?  

우선 중소기업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급여가 대기업에 비해 심각하게 적다. 

 중소기업의 급여가 대기업에 비해 심각하게 적다는 사실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스타트업, 중소기업은 일단 자본금이 매우 적습니다. 오너가 돈이 없는 걸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일단 내가 받는 돈 자체가 적기 때문에 매번 월급 날이나 연봉협상 시기가 오면 실랑이가 벌어지고 이직자, 퇴직자가 늘어납니다. IT회사에서 신입 초봉 연봉이 6천 만원을 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중소기업은 여전히 3천이 안되는 회사가 즐비합니다. 즉, 열심히 일 해도 내 연봉이 IT거대기업이나 대기업 신입사원 초봉의 절반도 안 된다는 소리인거죠. 

2022년 중소기업 대졸 신입 연봉 - 출처 사람인

 물론 사람마다 중소기업에 들어온 이유는 천차만별입니다. 20대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경력이 없거나, 유학에 다녀오면서 중소기업, 대기업 연봉 차이에 대한 개념이 없거나 (필자가 그랬습니다.) 학벌에 문제가 있어 묻지마 지원을 통해 얻어걸렸거나, 가족이 있거나 등 여러 사유가 있습니다. 다들 저마다 어떤 사유로 들어왔건 그것은 중요하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들 중소기업에 들어오면서 겪는 가장 큰 고충은 아무래도 너무 적은 연봉일 것입니다. 첫 입사했을 때, 3개월간 수습사원을 하게 되는데, 그때 실제 급여의 70%를 지급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죠. 그때 통장에 찍히는 돈이 200만원도 안되는 경우가 있으니 너무 낙심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그 중소기업 회사가 제조업체라면, 할 말 다한 겁니다. 

2. 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주말에도 근무를 한다.

 물론 제가 다녔던 곳은 주말에 근무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통상 중소기업들 대부분은 연차를 쓰기 어렵거나 근무시간이 너무 깁니다. 토요일에도 나와야하는 경우가 있고, 연차도 눈치보면서 써야합니다. 보통 사유를 묻거나 안 써주는 곳이 허다하다니 참 우습네요. 내가 내 연차 쓰겠다는데. 그리고 연말에는 연차 수당을 줘야하니 꼭 모두 쓰라고 하니 참..  워라벨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3. 내가 맡은 업무가 불분명하다. 

분명 나는 해외영업으로 들어왔지만, 아침부터 청소를 하거나 짐을 옮기며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곳들이 더러있습니다. 제품 포장부터  지게차 운전과 상사 심부름 등 여러 일을 하는 곳들도 더러있습니다. 사수가 있어서 내 업무에 대한 지시사항이 명확하다면 모를까, 그게 아닌 회사의 경우 내 업무가 모호하여 남들의 업무를 떠 앉고 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국내 영업부의 과장이 내 사수라면, 내 차로 거래처에 납품도 다녀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의 경우라면 어찌보면 양반입니다. 마치 군대에서 "미대 나온 사람 거수!"라고 하면 응, 연병장에 물 주전자로 선 그어!라고 말하는 상관처럼, 면접 볼 때 컴퓨터를 다뤘다면 랜선 연결부터 프린터 연결은 기본입니다. 딱히 해주시는 분이 없으니, 당사자인 내가 해야하는게 당연한건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를 위한 잡무는 그나마 괜찮다고 봅니다.     

 높으신 분들 오시면 수행기사, 회식이면 내가 사회자, 임원들의 세차도 종종 해야하는 경우, 정말 내가 이 짓을 해야하나 싶습니다.   

 

4. 복지가 대단(?)하다. 

 정말 복지가 대기업에 비해 대단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웹드라마 좋좋소에서 보여준 것 처럼 인스턴트 커피, 라면이 회사 최강 복지라고 풍자되며 비치되어있는 곳도 있고 심지어 그마저도 아예 없는 곳들도 많습니다. 명절 상여금은 연봉 포함이고, 성과금은 없죠. 휴일 개인 연차 소진을 강제로 시키는 곳도 있으니 말입니다. 명절에 연차 대체한다는 유명한 짤은 그다지 취준생과 중소기업 재직자들을 웃게만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 남들 스팸과 참치세트라도 받아갈 때, 우리 회사에서는 사장님한테 들어온 선물을 각자 나눠서 비닐 봉지에 싸들고 퇴근을 한다면? 상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니, 이럴거면 차라리 월급에 3만원이라도 더 챙겨주는게 좋지 않나 싶습니다. 

명절 연휴 불법

물론 올해인 2022년 1월부터는 명절 연차 대체근무가 상호간 협의가 있더라도 불법입니다. 부득이하게 근무를 했다면 유급으로 인정하고 임금을 주어야하는데, 과연 지켜질지는 모르니, 항상 예의주시를 해야합니다. 간혹 집에 있는 자녀들이 못마땅한 부모님들은 이 사정을 간혹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정말 무척이나 슬픈 이야기죠.

그래도 부모님 가슴 아프게 하지 않고 내일을 위해 꿋꿋하게 참으며 다니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그냥 아무데나 취직해서 조금이라도 버티면서 경력 쌓다가
다른 좋은 곳으로 이동 할 생각을 해야지 말이야.
젊은 놈이 집에서 놀기나 하고..
나 때는 말이야, 새벽 5시까지 가서 책상 주변 쓸고 닦고 했어. 

 

 물론 부모님 세대의 경우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둥바둥 살려고 버티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이 아둥바둥 사는 것 같습니다. 일단 대기업과 중견기업 모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중소기업은 암흑 그 자체이죠. 솔직히 부모님이 이런 사정을 모르셨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얼마 전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전북 남원의 한 은행에서 여직원들에게 아침 밥을 짓고 수건을 빨아오라는 엽기적인 행각이 벌어졌다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불과 한달 전에 벌어진 사건이죠.  

 명절에 선물 못 받아서, 고향에 빈손으로 내려가기 뭐하니까 마트에 들르는 젊은 총각, 거래처에서 받은 선물로 나누는 모습을 묘사한 OTT 웹드라마 [좋좋소]가 단순히 재미를 위한 논픽션만은 아니라는 것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사장님 술 한 잔 따라주라고. 성적인 부분에서 잘못되고 잘되고 이런 부분도 있지만
그런 것도 하나의 배워야 될 점이거든.
'아 내가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이래야 되겠구나'‥"

- 22년 8월 23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중

소설이나 망상이 절대 아닙니다. 중소기업이 아닌 은행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죠. 이게 무슨 염전 노예도 아니고, 실제로 지방 은행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살아남는 것이 참 고달프다는 것을 반증하는 기사였습니다. 허나 저런 가스라이팅은 탈출이 답입니다 여러분. 

5. 직속 사수가 없다 

 중소기업에 들어갔더니 '해외 영업'이란 업무를 시작하라는 지시가 내려옵니다. 꼭 해외 영업이 아니라 다른 부서 업무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네요. 바로 제게 업무를 가르쳐줄 사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전 사수가 중견기업이나 다른 곳으로 도망 갔을 가능성이 높다면 이는 어찌보면 다행으로 봐야합니다. 나의 미래가 '이 곳에서 끝날 게 아니라, 노력만 충분히 열심히 한다면 어디든 불러주는 곳으로 이직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기니까요. 하지만 퇴사자 수가 너무 많아서 인수인계 자료조차도 없다면, 그 회사는 한번 쯤 돌아봐야 할 회사가 아닌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기성세대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봤는지 싶습니다. 유치하고 시대에 따라 뒤쳐질 말일지 모르나 혹시나 모를 고령 독자 분들을 위해 몇자 적어보겠습니다. 

  • 돔향차 - 도망쳐의 다른 표현. 
  • 추노 - 드라마 추노처럼 쫓기지만, 자기 직장에서 자발적으로 사직하는 일을 의미. 
  • 좋소기업 - 중소기업의 '중'자를 비속어로 발음해서 욕을 했지만, 일상속에서 속어를 하지 못하므로 순화해서 쓰는 말. 
  • 탈출각 - 탈출 할 각(낌새, 기회 등)이 보인다는 뜻. 
  • 헬테크 - 원래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테크트리라는 단어에서 유래.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 마치 기술 지식을 배우고 그 투자물의 결과물들이 나무처럼 뻗어간다는 의미인데, 헬트크는 말 그대로 배우면 배울 수록 지옥으로 간다는 의미.  

 혹여나 내 회사에 사수가 웃으며 잘해준다면, 앞으로 여러분들에게 스트레스를 떠안고 다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나에게 제일 잔소리를 많이하고 챙기는 사수가 있다면 그가 회사의 영업 전체를 책임지는 실세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수도 없다면 정말 깊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좋은 점은 내 업무가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쁜점은 도대체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월급날 내가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른다면, 통장에 찍히는 숫자에 크게 불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6. 사수가 있다. 그냥 사수가 아니라 소시오패스 사수가 있다. 

 그냥 사수도 아니죠. 가스라이팅의 화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루에 끝내지 못 할만한 엄청난 양의 업무를 부여하거나 그래놓고 일을 끝내지 못하면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은근슬쩍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시작하는 문장은 이렇습니다. 

 내가 다 겪어봤지만, 처음에는 이렇게 배워야 해.
이렇게 하나하나 알려주는 사장이 어디있니?  
오늘 수고했고, 내일 아침에 봐. (내일은 토요일)

 

 처음 들으면 저 사람이 참 나를 위해 고생하는구나, 열심히 해야지 싶지만 막상 시간이 흘러 일이 익숙해지면 욕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아니 차라리 사장님이면 이해도 가고 버틸만 합니다. 그래도 돈 주는 사람이니까 말이죠. 그런데 사수가 저러면 답이 안 나옵니다. 자기 일 떠넘기기는 일상이고, 모든 공은 자기가 가져가네요.

 일은 못하면서 과거 대기업 시절의 환상과 맞춤법에 환장한 팀장, 환율을 신경쓰지 않는 경리, 영어를 하니까 신입보고 신용장 개설을 시키는 팀장. 

모두 총체적 난국입니다.  

 

7. 몰랐지만, 사실 내가 고문관일 수도 있다. 

  내가 생각보다 엄청난 스펙으로 입사를 했기 때문에 이 기업에 맞는 인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실태를 썼지만, 실제로 내 스스로의 잘못일 수도 있으니 무조건적인 비난은 금물. 

  • 우리 인간적으로 회사에서 근무 중일 때는 귀에 이어폰 빼고 일합시다. 
  • 책상이 붙어 있는 사무실에서 개인적인 전화는 하지 맙시다. 내가 왜 당신 이야기를 들어줘야합니까? 
  • 회식자리에서 술은 못 마시더라도, 참석했다면 분위기는 맞추고 일어납시다. 
  • 지각은 하지 말아야겠지요? 인간적으로 지각은 하지 맙시다.
  • 내가 아프거나 사정이 있어서 쓰는 연차를 가지고 누가 뭐라합니까? 갑자기 생기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몇주 전부터 계획해둔 연차가 있을 수는 있겠다만 그래도 부득이하게 내 연차로 남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 미리 미리 말해둡시다. 
  • 어떤 지시를 받으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모른다고 합시다. 그냥 3초도 안지나서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면 누가 당신에게 일을 시키겠습니까? 

빌런은 꼭 팀장에게만 있는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해외영업인이라면 바이어와 대화는 어느정도 가능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인코텀즈도 기본으로 알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입사하는 직원들도 태반입니다. 나중에 더 자세한 글을 써보겠으니 기대 하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생각나는 용어가 있어 하나 남겨봅니다. 여러분은 '결재'와 '결제'의 차이를 알고 계신지요?

- 결재와 결제의 차이

잠시 재수없는 상사를 생각하다 보니까 매번 헷갈리는 용어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회사에서 '결제'와 '결재'의 차이를 아십니까? 

쉽게 헷갈리지 않고 외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 김 과장 수없어. 
또 내 결를 반려했지 뭐야.

- 네? 가 그렇게 많이 썼다구요? 
어제 술값으로 100만원이나 카드결를 했어요?

  

이 글을 보고 계실 부모님들, 아이들이 집에서 논다고 너무 핀잔만 주지 마세요. 

 

어차피 대기업에 들어 갈 아이들은 진작에 학교 안팎에서 뭐라도 하고 있어요.

아 맞다. 그리고 이 글을 책상에 읽으며 공감을 하고 있는 사회초년생들을 응원하며 꼭 전해드리고 싶은 말씀 한 가지가 있어요. 

웃어?
뭘 그렇게 재미있게 보고 앉아있어?
네 얘기잖아. 어서 도망쳐.

 


 

 안녕하세요 당직신 후랭쿠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모두 열심히 공부해서 건강한 기업으로 갈아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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