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리어 & MBA/회사 영어

[웹소설] 청사그룹 박사원 4 - 던전의 악몽

by 후랭쿠 2025. 3. 8.
청사그룹박사원-직장인블로그-직장인영어
청사그룹 박사원 4

Day4 - 던전의 악몽

지수는 밖에서 기다리던 현수의 차에 조용히 탔다.
현수는 핸들을 잡은 채 사원을 노려보듯 바라봤다.
그 눈빛이 신경 쓰였는지, 지수는 괜히 머리를 매만지며 애교섞인 말투로 말을 꺼냈다.

"오빠, 많이 기다렸지? 빨리 가자, 나 배고파."

현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수는 뭔가 이상한 듯한 감정을 눈치채며 차에 탔다.
차 안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점수 나왔어?"

현수가 짧게 물었다.
지수의 손끝이 움찔했다.
그녀는 대충 대답하며 시선을 피했다.

"응, 뭐… 나왔지. 근데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결과 나오려면 좀 더 있어야 해."

현수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 눈빛은 지수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듯 보였다.
하지만 더 묻지 않았다.
그저 차를 출발시키며 짧게 말했다.

"쟤는 뭐야?  학교 선배라더니 남자였어?"
지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아, 그냥 아는 선배였어. 호주 어학연수 간다고 오래 못 보다가 우리 회사 지원한대서 조언해 달라 하더라고. 별일 아냐"  

현수도 수긍한 듯, 운전에 집중하며 말했다. 
"그래, 밥부터 먹고 들어가자."

지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 대화를 빨리 끝내고 싶어 했다.
 

청사그룹박사원-당신도직장의신-후랭쿠의영어교실-영어-직장인영어소설-영어공부-직장인영어공부
청사그룹 박사원 4화

 
"저... 팀장님? 팀장님!.. 박사원 지원자... 물으셔야죠?"

옆에서 부르는 소리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현수는 다시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잠시 가다듬고 다시 억지 미소를 띠며 물음을 이어나갔다. 

"아, 박사원 지원자님, 이력서에서는 호주 연수도 다녀오셨는데 영어가 안되시면 한국어로라도 대답해 보시겠어요?"

현수는 면접관 자리에서 사원만 눈치챌 수 있게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리스 경제 위기가 발생한 주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원은 침을 삼켰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면접장에서는 자신감 있게 대답하려 했지만, 어설픈 단어들이 나열될 뿐이었다.

"어… 그리스는 경제 위기 당시 재정 적자가 심각했고…"

현수는 팔짱을 끼고 들었다.
사원의 말이 얼마나 준비가 부족했는지 단번에 간파했다.

"그래서요? 그게 다인가요?"

사원은 더듬거리며 대답을 마무리했다.

"음… 결국은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았고, 유로존 내 경제적 불균형이 원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현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냉소적으로 한마디 던졌다.

"아니, 박사원 씨. 그런 검색만 해도 나오는 이야기 말고, 우리는 박사원 씨 본인의 관점을 듣고 싶습니다."

사원은 속이 뜨끔했다.
하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사실, 자신도 대충 정리한 수준의 답변이었다.

"해외영업을 하고 싶다면, 단순히 기사 내용을 읊는 게 아니라, 본인만의 시각이 있어야 합니다. 회사는 대내외적 리스크를 항시 선제 파악 및 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종 의사 결정권자들이 올바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현수의 격양된 목소리에 다른 면접관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기엔 박사원 씨는 준비가 많이 좀 부족한 거 아닌가요?"

그 순간, 사원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다.

청사그룹박사원-당신도직장의신-후랭쿠의영어교실-영어-직장인영어소설-영어공부-직장인영어공부
청사그룹 박사원 4화

'아 진짜 아이템도 없이 보스전에 던져졌네...'

던전의 최상층에서 여유롭게 도전자들을 내려다보며 조롱하듯 쳐다보는 보스 같은 존재.

현수의 태도는 마치 사원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초보 캐릭터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사원은 속이 상했지만, 딱히 반박할 방법도 없어 그저 이를 악물고 먼 산만 쳐다보았다. 가진 게 너무 초라하고 볼품없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사원은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지만, 그리스 경제 위기는 단순한 재정적자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있었죠."
"당시 정부의 과도한 복지 지출과 세수 부족이 맞물리면서 국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줬습니다."

목소리는 다소 흔들렸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현수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사원을 바라봤다.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 반응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면접관이 뒤이어 질문을 던졌다.

"박사원 씨,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해외영업부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순간 사원의 머릿속이 다시 하얘졌다.
이건 예상 질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의사소통 능력과 적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고객을 상대하려면 단순히 언어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원의 대답이 끝나자, 현수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면접관 중 한 명이 정리하듯 말했다.

"알겠습니다. 오늘 면접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원은 속으로 안도했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망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났다.
사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한 뒤, 조용히 면접장을 나섰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온몸이 풀리며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사원은 면접장을 나서며 스마트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30분. 면접이 예상보다 길어졌고, 엄마와 친구들의 응원 메시지만 가득했다. 
바람이 의외로 찼고, 잘 안 맞는 구두 때문에 발은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박사원 씨 아직 안 가셨네요?"

같이 면접을 봤던 이수지 지원자였다. 그 옆에는 김상민 지원자도 있었다. 둘 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눈치였다. 

"오 다들 여기 계셨네요." 

김상민 지원자도 시간을 보며 집에 안 가고 뭔가 아쉬워하는 눈치를 보이며 말을 걸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우리 이것도 인연인데, 요 앞에서 같이 맥주나 하러 갈래요? 다들 오늘 고생했는데, 시원하게 한잔해야죠."

 썩 내키진 않았지만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하고 호프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짠!"

청사그룹박사원-당신도직장의신-후랭쿠의영어교실-영어-직장인영어소설-영어공부-직장인영어공부
청사그룹 박사원4화

 
세 사람이 잔을 부딪쳤다.
사원은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 순간, 수지가 상민을 보며 말했다.
"근데 상민 씨, 오늘 면접 때 진짜 유창하시던데요?"
상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아, 뭐… 유학 생활 좀 했었거든요. 싱가포르에서..."
사원이 눈을 크게 떴다.

"싱가포르에서요?"

"네, 거기서 인턴도 했었어요. 그래서 오늘 면접이 좀 편하긴 했죠."

수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다르다니까. 저는 솔직히 중간에 말 꼬일까 봐 엄청 긴장했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사원을 바라봤다.

"사원 씨는 어땠어요?"

사원은 머뭇거리다 솔직하게 말했다.

"음… 망한 것 같아요."

그러자 상민이 피식 웃으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하긴, 면접관들 분위기가 만만치 않긴 했어요. 그래도 나중에 잘하셨잖아요"

수지는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근데 저도 솔직히 확신은 없어요. 처음에 영어는 망했고, 한국어로 대답 잘했다고 해도, 결국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은 여러분들처럼 따로 있을 테니까요."

사원은 씁쓸하게 웃었다.
'에이… 우리는 다른 한국 관련 질문들 대답 잘 못했잖아요. 하지만 뭐 결국 우리가 잘했다 못했다 한들, 결과는 회사가 정하는 거니까...'

술자리는 그렇게 계속됐다.
각자의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직장 생활에 대한 고민들...

그러나 밤이 깊어지자, 분위기는 차츰 가라앉았다.
영어 스터디 모임이라도 이야기 해볼까 했지만 이미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꺼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상민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저 내일 일정 있어서 먼저 들어가 볼게요."
수지도 폰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저도 이제 가야겠어요. 늦었는데 오늘은 다 같이 일어나시죠. 오늘 즐거웠어요!"

사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청사그룹박사원-당신도직장의신-후랭쿠의영어교실-영어-직장인영어소설-영어공부-직장인영어공부
청사그룹 박사원 4화

 
그렇게 둘은 떠났다. 둘이 같은 방향이었는지, 저 멀리 같이 걸어갔다. 
결국 남은 건 사원 혼자였다. 마치 이전 퀘스트에서 만난 동료들이 모두 던전에서 다른 퀘스트로 이동해 사라졌고 나는 그는 텅 빈 던전에서 맥주잔을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그래… 결국 다들 자기 갈 길이 있겠지."

집에 가는 길, 사원은 엄마가 준 5만 원을 떠올렸다.

5만원으로 PC방 충전이나 하러 갈까 싶었다.

"이런 날에 게임은 무슨, 네가 사람새끼냐. 그냥 마트나 들러야겠다."

그렇게 그는 늦은 밤, 사원은 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집에 돌아와 걱정하며 묻는 엄마의 말은 뒤로한 채, 나는 마트에서 산 고등어 두 마리가 담긴 검은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밥 먹고 왔어. 그리고 고등어 사 왔어. 엄마 좋아하잖아."

엄마는 말없이 고등어를 손질하기 시작했고, 나는 말없이 방에 들어갔다. 

씻고 방에 들어와 책상에 앉아 면접 상황을 복기해보기로 했다. 

'아... 진짜 부족했어.'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 돼.'

나는 노트를 꺼내 들고, 면접에서 했던 대답을 적어 내려갔다.

"My name is… Park… Sah Won. I, uh, studied in Australia for one year?"

그 문장을 보자 다시 얼굴이 뜨거워졌다.

"I… uh… like English?"

'아... 이게 뭐야.'
나는 고개를 감싸 쥐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해놓고 어떻게 합격을 기대했던 거지?'

다른 지원자들의 유창한 영어, 그들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떠올랐다.

'나는 왜 그런 긴장 속에서 아무것도 못했을까?'
나는 손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대로는 안 돼. 이렇게 무너질 수 없어.'
책장에 꽂혀 있던 예전 영어 교재를 꺼냈다.
먼지가 살짝 쌓여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교재를 펼쳤다.
'그래 다시 시작하자.'
하지만 혼자 공부한다고 될까?

‘내가 직접 회화를 연습할 기회가 없으니 실전에서 무너지는 거야. 그렇다고 비싼 과외나 학원에 가기는 무리가 있고, 일을 하면서 영어 연습 할 기회는 없을까?’

나는 폰을 들어 알바 공고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초등 영어 보조 교사 모집 - 초보 가능, 성실한 분 환영"

'오 이거 지난주에 지원했던 건데 아직도 떠 있네.'
‘지금 찬밥 더운밥 따질 때도 아니고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해. 나도 말할 기회가 필요해.’
'근데 난 이것도 떨어졌나 보네...' 

'경인공업은 나처럼 경력도 없이 나이만 먹은 사람한테는 정말 꿈의 기업이었네.' 

드라마에서 죄다 대기업에 MBA 나와서 본부장 하는 건 정말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내용이다. 그렇게 쉽게 이뤄지는 전개는 현실에선 없었다. 아니 적어도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복기를 마치고, 자려던 중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뭐지 이 시간에. 영철이가 위로주라도 사주려나...?'
 

직장인-영어-직장인회화-직장인블로그-회사영어
청사그룹 박사원 4화

'오 뭐야! 나 합격된 거야?'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현 대기업 직장인이자 전 영어강사인 작가, 교육 컨설턴트 N잡러 후랭쿠입니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과 인강은 여러분들의 지갑을 항상 비우지만, 실제로 외국 또는 영업의 현장에서 써먹을 영어를 습득하기까지 도와주는 책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들이 내용을 공감하고 지속적인 학습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있는지를 말입니다.  저는 편하게 읽는 이지 리딩의 콘텐츠로 많은 분들에게 영어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떨칠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조금 쓴 잔소리도 하겠지만, 그래도 응원을 더 많이 하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전자책으로 여러분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블로그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웹소설] 청사그룹 박사원 1 - 운수 좋은 날 1화 정주행 하기

[웹소설] 청사그룹 박사원 1 - 운수 좋은 날

Day1 - 운수 좋은 날 어젯밤 술기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채, 겨우 눈을 떴다. 머리가 띵해서 물을 다시 마시고 침대에 앉아 멍 때리며 생각을 다잡았다. 아 맞다. 면접 오라는 전화였지. 나 그럼

frankkim.tistory.com

 
웹소설] 청사그룹 박사원 3 - 네덜란드 유학파? 다시 보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