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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청사그룹 박사원 2 - 인생은 실전

by 후랭쿠 2025.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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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인생은 실전

'으악!'

맞다. 오늘은 면접 보러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알람소리와 된장찌개 끓는 냄새로 정신이 없다.

어제 산 양복을 꺼내 입고, 구두를 닦았다. 새 양복이라 그런지 어깨가 어색하게 뻣뻣하다.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몇 번이나 고쳐 맸다. 이렇게 정장 입고 면접 보러 가는 게 처음이라 그런지, 뭔가 어설퍼 보인다.

“흠… 그래도 나쁘진 않은데?”

나름대로 자신을 다독이며 거울을 보는데, 그 순간 어젯밤에 올라오신 엄마가 들어간다며 내 방문을 벌컥 열었다.

“아이고, 굿모닝이야. 밥 빨리 먹고! 오늘 면접이지?”

“어, 응... 뭐 되겠어?...” 

엄마는 싱긋 웃으며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내 손에 쥐어줬다.

“이거, 택시비라도 써.”

“…엄마, 나 이제 취업할 거야. 용돈 받을 나이는 지났어.”

“그러니까 더 받아 둬야지. 면접 가면 정신없을 텐데, 괜히 굶지 말고 밥이라도 챙겨 먹어.”

그 말에 괜히 울컥했다. 나이 스물일곱에 취업 준비한다고 집에서 폐인처럼 지내는 동안,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챙겨줬다. 아버지는 못마땅하셨는지 지난주 엄마를 내 월세 방에 데려다주고 다시 본가로 내려가셨다. 그도 그럴 것이 퇴직금 끌어다 어학연수 보내줬는데, 여전히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PC방이나 다니는 백수 짓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타들어갔을까.

그동안 엄마한테 손 벌리기 싫어서 바닥난 통장을 보며 버텼는데… 오늘만큼은 고맙게 받기로 했다.

“…응. 고마워, 엄마.”

"그래. 어여 먹자."

나는 손에 쥔 오만 원을 보다가, '그래, 인생은 실전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밥을 먹고 집을 나섰다.

일찍 서둘러서인지 아침 공기는 상쾌했고, 여유롭게 버스를 타도 늦지 않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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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그룹 박사원 2화

버스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유난히 따사롭고 밝았다. 분명 어제와 같은 오늘이지만 나에겐 수년간 수련을 거듭한 장수가 전장을 나서기 직전과도 같은 비장 하면서도 출정을 앞두고 행진하는 가운데 백성들의 응원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설렘이 공존해 있었다. 

  버스 창가 뒷좌석에 앉아 이어폰을 한쪽만 낀 채 창 밖을 바라보며 어제 PC방에서 뽑아온 자기소개를 정리했다. 머릿속엔 면접 생각으로 가득 찼지만, 밖에서 웃으며 커피를 사들고 사원증을 맨 회사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별거 없네, 어차피 인생은 실전이니까 오늘 제대로 보여주자.'라 마음먹으며 긴장을 풀기 위해 작은 목소리로 자기소개 연습을 해봤다.

가방에서 혹시 모를 영문 자기소개 대본을 꺼냈다.  

"Hello, my name is Park Sa-won. I am 27 years old and I graduated from Hanjae University with a degree in Business."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박사원입니다. 저는 27살이며, 한제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어색한가?' 

'그래 전화도 아니고 헬로가 뭐냐. Good morning이 좋겠다.'

종이에 펜으로 줄을 긋고 계속 읽어 나갔다.  

"I have experience studying abroad in Australia, where I improved my English and learned about global business culture."
(저는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하며 영어 실력을 향상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문화를 배웠습니다.)

"I am a highly motivated and responsible person. I believe my skills in communication and problem-solving will be an asset to your company."
(저는 매우 동기부여가 되어 있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입니다. 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I am very excited about the opportunity to work at Gyeongin Industrial and I look forward to contributing to your team."
(경인공업에서 일할 기회에 대해 매우 기대하고 있으며, 팀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뭐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어려운 단어들이 많았지만, 구글번역기로 돌렸던 글이 나름 괜찮아 보였다. 20분쯤이 지나서야 공단에 들어섰고 곧 정류장에 도착했다. 문자와 메일을 통해 받았던 지도를 보고 걸어가 본다. 

'경인공업.. 경.. 경인... 아 저건가?' '아 어제 지수 만났던 카페 근처가 맞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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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뭐야! 건물 크네! '

'경인공업 신입사원 채용?'

사옥 정문 앞에 크게 현수막이 걸려있다. 

'으하하. 아 뭐 또 대단한 놈 온다고 이렇게 현수막까지 준비를 했을까!'

공단에 위치했지만, 경인공업 면접장은 사옥만큼이나 규모가 컸다. 건물도 깔끔했고,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정장을 차려입은 지원자들이 바글바글했다. 대기업이 아닌 회사들은 다 공장 같고 규모도 작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건물이 커서 놀랐다. 

‘뭐야,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하네… 회사 좀 더 알아보고 올걸 그랬나...’

'지수가... 생각보다 좋은 회사에 다닌 거였네... 오, 그동안 노력 많이 했나 보네.'

그나저나 어제 지수가 말했던 메시지는 계속 머릿속에 머물러 있었다. 

"오빠 나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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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토익 200점대 나오던 애가 어떻게 해외영업을? 아... 아니지.'

'세월도 지났고, 나도 연수 다녀오면서 영어 갑자기 늘었으니 지수도 한국에서 열심히 준비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생각 할 시간이 없었다. 오로지 면접 하나만 잘 볼 생각뿐이었다.  

 1층으로 가니 면접장 안내 배너가 있었다. 별 다른 안내 사원은 없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안내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나는 3층 대기실로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30여 명 넘는 지원자들이 앉아 있었고,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서류를 정리하거나 자기소개를 혼자 발음하며 연습하는 모습이었다. 일부는 동네 마실 나온 것처럼 편하게 입고 온 사람들도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게 말이 되나?' 

아마도 내 자신감은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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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 나는 충격을 받았다.

어느 한쪽에서는 영어로 대화하는 지원자들이 있었다.

"Yeah, I studied in the States for about four years, so business English is not a problem for me."
(네, 저는 미국에서 4년 정도 공부해서 비즈니스 영어는 문제없어요.)

“Oh, really? I used to work as an intern in Singapore, so I handled a lot of international clients.”
(오, 그래요? 저는 싱가포르에서 인턴을 했었어요, 그래서 해외 고객들을 많이 상대했어요.)

"Nice! Then we might see each other in the same department, huh? Hahaha" 
(좋네요! 그럼 같은 부서에서 볼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하하하.)

나는 순간적으로 귀를 의심했다.

 

“뭐야, 이 사람들… 다들 영어를 이렇게 잘한다고?”

내가 호주에서 어학연수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그때는 어학원 다니다 밤에 한국 친구들이랑 한인타운에서 PC방이나 술집에 놀러 다녔던 게 전부였다. 인턴은 물론 이런 비즈니스 영어는 써본 적도 없다.  

갑자기 불안한 감정이 밀려왔다. 

‘아, 나 영어 잘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입은 마르고 가만히 앉아있던 손에 땀이 차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불안함이 점점 커지던 중, 면접관이 대기실로 들어와 지원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이수지, 김상민 그리고 박사원 지원자분, 호명되신 분들은 3번 면접장 정문 앞에서 대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튜토리얼도 끝나지 않은 채, 보스들의 던전에 내던져진 초보 캐릭터 같았다.  

인사 담당자는 서류를 든 채 큰 소리로 안내를 하였고, 나와 나머지 지원자 둘은 약 세 번째 순서였다.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장 차림의 면접관 세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냥 쳐다봤겠지만, 나는 그들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몸 전체가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나는 더 이상 출정을 나서는 장수가 아닌 전장에 던져진 갑옷도, 검도 없는 병사에 불과했다. 마치 튜토리얼도 없이 보스전부터 시작하는 초보 캐릭터에 불과했다. 

스킬 쿨타임은 끝도 없이 길어 보였고, 이력서라는 장비는 레벨 제한에 걸린 듯 초라해 보였다.  

면접관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마치 내 HP를 깎아먹는 지속 데미지 같았고, 나는 본능적으로 강제 이벤트 중이라 스킵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걸.  

그래도 같이 전장으로 향하는 동료들에게 응원의 눈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들도 들어가기 전 목례로 답을 해줬다. 

이것이야말로, 던전의 실전이었다. 

가운데 앉은 사람은 낯이 익었다.

'강현수' 

'면접관 강현수. 누구지? 어디서 봤더라?'라는 생각이 맴돌던 찰나, 그가 말했다.

"Welcome, everyone. Please have a seat."
(모두 환영합니다. 자리에 앉으세요.)

'어 뭐지? 영어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잠깐만, 이거 뭐지? 대기업도 아닌데 영어로 바로 면접을 본다고?’

나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So, Ms. Lee, Mr. Kim there and Mr. Park. Just let me know when you are ready. Good? Okay, so can you tell us about yourself in English? Let's start from Ms. Lee, shall we?"
(준비되셨으면, 말씀해 주세요. 괜찮아요?" 좋아요 그러면 영어로 자기소개해 주시겠어요? 이수지 지원자님부터 시작해 주시겠어요?)

그녀는 자신감 있게 미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굉장히 어려 보였지만, 강단이 있어 보였고, 목소리는 대기실에서도 또렷이 들렸었다. 

"Okay, my name is Lee Suji. I graduated from University of Birmingham in the UK, majoring in finance and business management. During my time in the UK, I completed an internship at a London-based consulting firm, where I assisted in financial analysis for multinational clients."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수지입니다. 저는 영국 버밍엄 대학교에서 금융과 경영을 전공했습니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런던에 있는 컨설팅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며 다국적 기업들의 재무 분석을 도왔습니다.)

면접관들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 망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동안 영어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렇게 면접관 앞에서 질문을 받으니 배운 문장들이 싹 다 증발한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말을 꺼내야 했다.

저 사람이 대답하는 동안 빨리 기억해내야지 싶었다. 

이제 차례가 왔다. 

"Uh… My name is… Park… Sah Won. I, uh, studied in Australia for one year?"

"And… I was… studying English there. Uh… because… you know… English is very… useful? So… I wanted to… improve… my skills…?"

‘뭐야, 이거 문법 왜 이래? 왜 갑자기 문장을 끝맺지 못하는 거야?’

나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더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이어갔다.

"So… um… I also made many… uh, foreigner friends… no, wait, I mean… international friends?"

"And… I… uh… I like English?"

…와.

'I like English?'

'아, 이 자식 뭐라는 거야. 야 정신 차려. 아이씨 야 이건 아니지.' 

아무리 오래 안 썼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더니 점점 패닉 상태가 돼버렸다. 

"야! 박사원! 정신 차려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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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면접관들이 잠깐 정적을 가졌다.

이대로 끝인가 싶었는데,  가운데 강현수 팀장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Okay... Thank you. Mr. Park. Let's move on to the next person. Mr. Kim! Your turn."
(그래요... 감사합니다. 다음 분으로 넘어가죠. 김 지원자님, 당신 차례입니다.)

나는 속으로 절규했다.

"Yes, my name is Sangmin Kim. I studied at Monash University in Australia, majoring in international trade and marketing. During my studies, I worked part-time as a research assistant, analyzing market trends for global companies."
(네, 제 이름은 김상민입니다. 저는 호주의 모나쉬 대학교에서 국제 무역과 마케팅을 전공했습니다. 학업 중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동향을 분석하는 연구 조교로도 일했습니다.)

'아, 진짜 망했다. 모나쉬면 진짜 명문인데, 나도 컨설팅이라도 미리 받아둘 걸 그랬나'

그런데 마침 그 순간. 

강현수 팀장이 서류를 넘기며 나를 다시 한번 흘끗 쳐다봤다.

"Alright. That was interesting."
(좋아요. 흥미롭군요.)

그의 입가에 아주 미세한 웃음이 걸렸다.
그 미소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탁)

테이블 위에 놓인 면접 서류를 가볍게 두드린 강현수 팀장이 말했다.

"Now, let's move on to the real questions."
(이제, 본격적인 질문으로 넘어가죠.)

‘뭐?’

나는 얼어붙었다.

이제 겨우 자기소개가 끝난 줄 알았는데…?

그제야 깨달았다.
‘진짜 면접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거네…?’

이제 막 튜토리얼이 끝났을 뿐이라는 걸. 

'어 그런데 저게 뭐지?'

바닥에 종이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혹시 점수표를 떨어뜨린 걸까?'

나는 떨어지는 종이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는 분명 뭐라고 쓰여있지만 잘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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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그룹 박사원은 매주 수요일, 일요일 자정에 연재됩니다. 2화는 특별히 조금 빨리 연재되었습니다.  시즌1이 끝나면 소설에 나왔던 대화들을 해설하는 편을 따로 준비해서 올리겠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시점, 회사명, 주인공 및 지역 등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현 대기업 직장인이자 전 영어강사인 작가, 교육 컨설턴트 N잡러 후랭쿠입니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과 인강은 여러분들의 지갑을 항상 비우지만, 실제로 외국 또는 영업의 현장에서 써먹을 영어를 습득하기까지 도와주는 책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들이 내용을 공감하고 지속적인 학습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있는지를 말입니다.  저는 편하게 읽는 이지 리딩의 콘텐츠로 많은 분들에게 영어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떨칠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조금 쓴 잔소리도 하겠지만, 그래도 응원을 더 많이 하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전자책으로 여러분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블로그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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