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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경제] 11. 영어 실력도 자산일까? 인도 입시 시장을 통해 본 교육 불평등의 민낯 - 영화 [힌디 미디엄]

by 후랭쿠 2025. 4. 27.

힌디 미디엄 영화 공식 포스터 사진
힌디미디엄

 

영어 실력도 자산일까
영어 실력도 자산일까, 당신도 직장의 신 커버

[영화로 읽는 경제] 영어 실력도 자산일까? 인도 입시 시장을 통해 본 교육 불평등의 민낯 - 영화 [힌디 미디엄, 2017]

 

안녕하세요. 영어와 경영을 동시에 탐구하는 직장인 후랭쿠입니다.
영국 MBA 생활을 주로 포스팅하고 있지만, 오늘은 영화 <Hindi Medium (2017)>을 통해 본 교육의 경제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제가 영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바가 있습니다. 비영어권 사람에게 영어 실력을 가장 빠르게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이고, 둘째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한 몰입식 학습입니다.
이 중 저는 늘 후자인 영화·드라마 시청에 의존해왔고, 영어강사로 활동할 때도 이 방법을 학생들에게 추천하곤 했습니다.

영어는 단순한 언어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경제적 지위를 나누는 기준처럼 작용합니다. 글로벌 사회에서는 영어 실력이 곧 기회이자 자산이며, 인도 사회는 이를 매우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처럼 언어가 경제적 계층을 가르는 수단이 되는 현상은 비단 인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글로벌 노동 시장에서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단순한 실력 차원을 넘어, 연봉, 직무, 사회적 지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영어는 더 이상 ‘배움의 대상’이 아니라, ‘자산의 격차’를 상징하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그중 오늘 소개할 영화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교육이 어떻게 ‘사회 자본’이 되고, 또 경제적 사다리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 생각되어 공유드립니다.

인도는 빈부격차와 교육 문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국가입니다. 

 빈부격차가 어마어마하게 심한 이 나라에서 교육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돌파구이자 가난의 세습을 방지할 최고의 무기입니다. 한국도 교육열이라 하면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를 보니 인도 역시 그다지 한국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수단이 되는 구조는 한국과 인도 모두 동일합니다. 자녀 교육을 위한 부모의 전략은 사교육, 위장전입, 주거지 변경 등 자산을 활용한 방식으로 귀결되며, 이는 교육이 사실상 사적 투자 상품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산을 활용한 교육 전략은 결국 교육의 시장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교육이 공공재가 아닌 투자 상품으로 인식될 때, 부모의 자본력은 곧 자녀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교육 기회의 불평등뿐 아니라, 노동 시장에서의 격차, 소비 패턴의 분화, 사회적 이동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도의 국민배우 이르판 칸이 주연으로 나온 이 영화는 마치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막상 영화 끝자락까지 보게된다면 매우 씁쓸한 우리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교육 불평등 구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영화를 통해 글로벌 교육 시장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델리는 어떤 곳일까요? 우선 델리는 인도 북부 대도시권이자 인도의 상, 공, 정치의 중심지중 하나입니다. 뉴델리와 올드델리로 구역이 나눠져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영화의 배경은 델리의 한 외곽지역에서 잘 나가는 옷 가게를 운영하는 라지 [아르판 칸]이 어린 시절 자신의 부인 미투 [사바 카마르]를 만나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영화 줄거리입니다. 

  라지는 삼촌이 운영하는 가게에 손님으로 온 미투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립니다. 그 뒤로도 계속 길거리에서 마주치고 꾸준히 따라다니며 구애를 한 끝에 결국에는 결혼에 골인합니다. 이 부부는 사랑하는 딸 피아가 생기고, 이 딸을 시설이 낙후된 공립학교가 아닌 "그래머 스쿨"이라 불리는 사립학교에 입학시키고자 갖은 노력을 다 하면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인도부부는 어려서부터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이 부부는 학교의 입학조건에 맞춰 입시 준비를 합니다. 즉, 우리딸 그래머 스쿨 보내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셈입니다. 

힌디 미디엄 영화 사진
힌디 미디엄 예고편 youtube

 학교 근처에 살아야 하는 조건도 맞추려고 쭉 살던 정든 마을에서 잘 사는 부자동네로 이사까지 오면서 동네 사람들의 높은 수준에 맞추기 위해 파티를 열고 나름의 교양 있는 생활을 하려 적응하는데, 심지어 이 학교는 학부모 면접도 보는 명문학교였습니다. 인터뷰 대본도 사람까지 써가면서 준비하고 학교 등록을 시도해보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가 선발하려는 대상이 사실상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라는 점도 흥미로운 시사점을 줍니다. 학부모의 직업, 말투, 교육 수준까지 학교 평가 항목이 되는 현실은, 자녀 입학이 아닌 ‘가정 전체의 사회적 포장’을 요구하는 구조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교육의 본질보다 사회적 체면, 계층 이미지 관리가 더 중요해진 오늘날의 현실을 반영합니다. 학부모 면접, 부모의 학력 평가, 거주지 조건 등은 학교가 학생보다 부모를 먼저 선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는 교육의 본질이 아닌, 부모의 자산과 문화자본이 입시 성공의 주요 변수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힌디 미디엄 영화 사진
힌디 미디엄 예고편 youtube

  이유를 묻자 아버지의 교육 수준이 떨어져 보인다는 겁니다. 해당 장면은 관객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깁니. 딸의 학교 입학을 위해 학부모의 학력까지 보게 한다니... 보통 학교 교장에게 뇌물을 준다면서 기부를 할까, 잘 나가는 정치 쪽 인맥을 통해 추천서를 써달라 할까라면서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지만 딸 피아의 사립학교 입학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직원이 점주가 출근을 안 해서 걱정스러워 과자를 사들고 오며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점주님 덕분에 제 딸이 사립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리둥절한 부부는 소식을 듣고 경악을 하게 됩니다. "저게 무슨 소리지? 내가 한게 특별히 없는데 나 때문에 자식이 학교에 들어갔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찾아온 직원에게 사정을 물어보자, 가난한 가족에게는 학교 입학 대기열이 따로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질않아 교육 컨설턴트를 찾아 물었더니, 그녀는 "아마 RTE 때문일 것"이라는 소리를 합니다. 

힌디 미디엄 영화 사진
힌디 미디엄 예고편 youtube

"아니 선생님, 그 RTE란게 도대체 뭡니까? 그게 뭐길래 내 딸은 학교에 못 들어가고, 제 직원 딸은 학교에 들어간다는 말입니까?" 

'Right To Education', 즉 RTE 제도는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현실에서는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 이 제도를 편법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복지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갖고 있더라도,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는 오히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계층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복지 사다리’가 필요한 계층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정보 접근력이 높은 중산층이 먼저 점유하는 이른바 ‘복지 역전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정책의 설계 의도와 현실 적용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제도는 형평이 아니라 또 다른 불균형의 원인이 됩니다.

이 부부 역시 그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장의 입시 성공을 위해 가난한 동네로 위장 전입을 감행합니다. 자녀의 미래라는 이름 아래, 원래 대상이 아닌 복지 제도를 사용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펼쳐집니다. 

힌디 미디엄 영화 사진
힌디 미디엄 예고편 youtube

 위 사진에서 보여지듯 이렇게 복장도 가난한 사람들처럼 입어가면서 말이죠. 영화는 이 부자 부부가 딸의 사립학교 입학을 위해 가난한 동네에 가난한 사람들처럼 가난한 옷차림으로 들어와서 RTE심사에 통과하려고 온갖 겪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겪게 되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연출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제도 설계자와 수혜자 간의 정보 불균형, 그리고 복지를 둘러싼 ‘퍼포먼스 경쟁’을 보여주는 경제적 풍자입니다. 실질적 자격보다 얼마나 설득력 있게 ‘가난을 연출할 수 있는지’가 기회를 결정하는 현실은, 제도가 목표한 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연 피아는 무사히 그래머 스쿨에 입학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이 부자 부부는 RTE제도 심사에 당당히 통과하여 딸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통해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를 보면서 제일 충격으로 다가왔던 점은, 인도에서도 원래 있던 종교적 계급 이외에 또 다른 계급 즉 부의 계급을 영어를 구사하는지와 못하는지로 나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해외영업사원 시절, 인도 측 바이어들과 여러 가지 비즈니스를 진행해봤지만 이런 식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직업적 선택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 영역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학교 수업시간에서도 그랬었고 사회에 나와서도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막연하게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은 영어를 하겠지라는 생각만 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다른 나라만의 일이었을까요? 수천만 원을 써가면서 좋은 고등학교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수십 개의 학원을 보내며 자녀를 괴롭히는 부모, 자녀의 농어촌 특별 전형 입학시도를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부모들까지... 영화 내용은 한국에서의 부자 부모들의 삶과 다를 게 없어 보였던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명문 고등학교나 대학 진학을 위해 지역을 옮기고, 교육 컨설팅과 학부모 커뮤니티가 결합해 철저한 전략을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교육 기회를 얻는 과정이 학습 능력보다 경제적 연출력과 전략 수립 역량에 좌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와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는 주연 배우 외에도 눈에 띄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부부의 딸 피아의 아역으로 출연한 산자나 상기는 이후 인도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신예 배우로 성장하였습니다. 델리 출신으로 1996년생인 그녀는, 최근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Dil Bechara에 주연으로 출연하여 흥행을 이끌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한편, 주인공 라지 역을 맡은 이르판 칸은 슬럼독 밀리어네어, 라이프 오브 파이, 런치박스 등 다양한 글로벌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입니다. 인도의 사회적 현실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해온 그는, 안타깝게도 2020년 신경내분비종 진단을 받고 투병 끝에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힌디 미디엄은 그가 생전에 남긴 대표작 중 하나로, 교육 불평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일상적인 감정선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 작품입니다.

아름다운 인도 여배우 사진
Sanjana Sanghi

 96년생으로 델리 출신이며 이번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Dil Bechara가 인도에서 개봉해 엄청난 흥행을 몰고 있습니다.  

 나머지 소식은, 조금은 어두운 소식입니다. 지난 4월의 이야기입니다.

이르판 칸 사진
이르판 칸

 한편, 주인공 라지 역을 맡은 이르판 칸은 슬럼독 밀리어네어, 라이프 오브 파이, 런치박스 등 다양한 글로벌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입니다. 인도의 사회적 현실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해온 그는, 안타깝게도 2020년 신경내분비종 진단을 받고 투병 끝에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힌디 미디엄은 그가 생전에 남긴 대표작 중 하나로, 교육 불평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일상적인 감정선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 작품입니다.

 

예고편 링크 첨부  

→ 예고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코미디가 아닙니다. 부모의 교육 전략, 계층 이동 수단으로서의 학교 선택, 그리고 복지 제도를 둘러싼 계층 간 경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작품은 교육이 더 이상 공공재로서 기능하지 않고, 부모의 자산과 정보력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결정되는 구조를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복지 정책이 있어도 그것을 누가 먼저 알고,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실제 수혜자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둘러싼 사회 구조와 작동 방식의 문제입니다.

만약 자녀의 교육 기회를 위해 일시적인 주소 변경이나 기타 편법을 고려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판단을 단순한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로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은 이미 전략과 투자의 영역으로 진입하였고, 이는 가정 단위의 선택을 넘어 사회 전체의 형평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힌디 미디엄은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교육을 둘러싼 경쟁이 누구에게 기회를 주고, 누구에게 벽이 되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교육의 본질과 사회 구조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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