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경제] 10. 계층 이동의 비용 [영화 - 빌리 엘리어트]
안녕하세요. 후랭쿠가 운영하는 당신도 직장의 신입니다.
오늘은 이 영화를 통해 계측 이동의 비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로, 발레리노 소년의 이야기로 유명한 작품이 있습니다. 한 탄광촌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발레에 매료된 한 소년의 꿈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의 벽과 계층 간 이동의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혹시 이 영화가 나에게 전해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남자가 발레를 하면 좀 어때서?"
이 블로그 포스팅은 단순 영화 리뷰와 같은 출발점에서 "그렇다면, 그렇게 부유하지 않은 집안이 한 명의 예술가를 키워내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까?"로 이동합니다.
오늘은 이 영화를 통해 소개와 계층 이동의 비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영화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오늘의 영화는 영국영화, 빌리 엘리어트 [2000]입니다.
#빌리 엘리어트 시대적 배경
#빌리 엘리어트는 영국 북부 Durham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찍었고, 시대는 1984~1985년 영국 노동자들이 탄광 파업을 하던 시기입니다.
1984년은 마가릿 대처가 집권 중이던 시기로, 그녀는 ‘영국병(British Disease)’이라 불리던
장기 침체와 고물가, 높은 실업률, 강성 노조의 비효율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개혁에 착수합니다.
1970년대 영국은 산업 경쟁력을 잃고 ‘유럽의 병자’로 불릴 정도로 국가 경제가 침체되어 있었습니다.
공공 부문의 비대화, 생산성 대비 과도한 임금, 정리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고용 구조, 그리고 노조 중심의 강한 집단 교섭 문화는 정부 재정과 기업 활동 모두를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대처는 이러한 문제의 핵심을 정부 개입 중심의 복지 국가 체제에서 찾았습니다.
그녀는 시장을 신뢰하고 정부의 역할은 축소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이에 따라 ‘작은 정부’, 민영화, 규제 완화, 유연한 노동시장, 개인의 책임 강조라는
신자유주의 원칙을 정책 전반에 도입합니다.
구체적으로는
– 국영기업 민영화 (British Steel, British Airways 등)
– 금융 자유화 및 자본 시장 개방
– 노조 권한 약화 및 파업 제한 법제화
– 공공 지출 축소와 복지 축소
– 직접세 인하와 간접세 확대
등의 조치를 단행하며 경제 체질을 대대적으로 개편합니다.
이러한 개혁은 단기적으로는 영국의 거시경제 지표 회복에 효과를 보였고,
대처는 ‘철의 여인(Iron Lady)’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럽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계층, 특히 탄광업을 중심으로 한 전통 제조업 근로자들은
정부의 보호 없이 시장 논리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그 대가는 대규모 실직, 지역 붕괴, 계층 탈락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게 됩니다.
왜 탄광촌이었을까?
탄광업은 산업혁명의 동력을 제공한 영국의 대표적인 뿌리 산업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과거의 석탄 산업이나 오늘날의 조선, 중공업 같은 전략 산업과 유사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영국의 광부들은 자신들이 산업혁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낸 장본인이라는 자긍심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1946년 노동당 정부는 탄광을 국유화했으며, 이후 광산 노동자 수가 급증하면서
노동조합의 정치적 영향력도 점차 커지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생산성은 정체된 반면, 인건비와 고정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채산성이 낮은 광산이 늘어갔고, 정부는 더 이상 이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1984년, 대처 정부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수익성이 낮은 약 20개의 탄광 폐쇄와 인력 감축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석탄공사 사장이었던 아이언 맥그리거는
이 조치를 단행하려 했고, 이에 반발한 전국 광부들이 대규모 파업에 돌입합니다.
파업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탄광 노동자의 80% 이상이 참여하게 됩니다.
연행된 노동자만 1만 명이 넘었고, 정부는 수천 명의 경찰을 배치하며 강경 진압에 나섭니다.
하지만 파업은 장기화되었고, 결국 1985년 3월 노조 지도부가 와해되며 파업은 실패로 끝납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노동쟁의가 아닙니다.
기존 산업 구조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하위 계층이 구조조정의 모든 비용을 감내하게 되는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그리고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바로 그 사회적 붕괴의 한복판에서 시작됩니다.
#빌리 엘리어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
화의 배경은 1984년, 영국 북부 탄광촌 더럼(Durham)입니다.
열한 살 소년 빌리는 아버지와 형이 모두 광부로 일하고 있는 가정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가족은 파업과 생계 문제로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중이며, 빌리는 지역 복싱 체육관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남자답고 튼튼하게 자라야 한다’는 아버지의 기대가 반영된 선택입니다.
그러나 빌리는 체육관에서 우연히 접한 발레 수업에 점점 마음이 끌리게 됩니다.
그리고 복싱 수업 대신 발레 수업에 몰래 참여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발레 선생님은 진심 어린 지도를 시작하지만, 결국 이 사실은 아버지에게 들통나고 심한 갈등으로 번집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빌리의 갈등은 ‘복싱이냐 발레냐’ 혹은 ‘남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과의 충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이 상징하는 바는 훨씬 더 깊습니다.
빌리의 선택은 자신이 속한 계층의 문화, 기대, 삶의 방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시도였습니다.
복싱은 지역 남성들의 전통이자 정체성이고, 발레는 외부 계층의 문화이자 진입장벽이 높은 고급 예술입니다.
즉, 이 갈등은 계층 문화의 충돌이며, 빌리가 발레를 선택하는 순간부터 그는 단지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계층으로 이동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계층 이동은 왜 어려운가?
계층 이동은 이상적으로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기회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회가 정해놓은 통로를 벗어나는 순간, 막대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계층 이동에 필요한 자본을 경제 자본, 문화 자본, 사회 자본으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 경제 자본: 발레 학원비, 오디션 준비, 교통비 등 직접 비용
- 문화 자본: 상류층이 공유하는 언어, 표현력, 태도, 예술 감각 등
- 사회 자본: 정보, 추천인, 네트워크,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관계망
빌리는 이 세 가지 모두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부모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고, 발레라는 문화에 대한 이해도 없습니다.
지역 사회 안에서도 발레는 ‘이질적인 것’이며, 이를 선택한 빌리는 정체성의 경계에서 고립됩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러한 시도 자체가 가족에게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왜 가족이 반대하는가?
빌리의 아버지는 단지 ‘남자가 발레를 배운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이 아닙니다.
그의 반응은 아들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로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아버지 입장에서 발레는
– 자신이 평생 살아온 삶과 무관하며
– 경제적 성공 가능성도 보장되지 않으며
– 그 세계에 진입한 사람들과 자신은 연결되지 않은 존재입니다.
아들의 도전은 곧,
“나는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는 선언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반대는 감정적일 수밖에 없고,
계층 간 문화 이동이 얼마나 큰 내부 저항을 수반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오디션을 향한 도전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빌리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런던의 로열 발레 학교 오디션에 도전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현실은, 단순한 의지나 재능만으로는 진입할 수 없는 구조적인 장벽입니다.
로열 발레 학교는 상류 계층 자녀들이 진학하는 대표적 기관입니다.
그곳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춤 실력 외에도,
– 적절한 표현력
– 인터뷰에 필요한 언어 감각
– 예술 교육 경험
등 ‘문화 자본’을 내면화한 태도가 요구됩니다.
실제로 영화 속 오디션 장면에서 빌리는 춤을 마친 후,
"춤을 출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당황합니다.
이는 ‘표현력 부족’이 아니라, 그런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규범’을 배운 적이 없는 환경의 문제입니다.
즉, 계층 이동에는 ‘재능’보다 먼저
그 계층의 문화를 이해하고 따라야 하는 조건부 진입 구조가 존재합니다.
이 계층 구조가 감정에 어떻게 미치는가
이후 전개에서 빌리의 아버지는 결국 아들의 열정을 받아들이고,
광산 노동자들의 반대와 자신의 자존심을 꺾고 아들의 미래를 위해 다시 일터로 돌아갑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의 변화라기보다는,
계층 이동의 성공 가능성을 ‘가시화’한 순간 구조적 저항이 해소되기 시작하는 장면입니다.
– 아버지는 ‘내 아들도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고
– 빌리는 ‘나도 그 세계로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됩니다.
해당 장면은, 사회적 이동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능력이나 환경이 아니라, 가능성을 믿는 것 자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빌리'들에게 필요한 조건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이라는 특정 시기의 이야기이지만, 이야기 속 구조는 지금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적용됩니다.
– 특목고와 일반고, 수도권과 지방
– 고소득층 자녀와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 투자
– 예체능 진입 장벽, 문화자본 격차, 인맥 기반 기회
모두 ‘형식적으론 열린 사회’, ‘실제로는 폐쇄된 구조’라는 모순을 보여줍니다.
결국 계층 이동은
- 경제적 투자 여력
- 문화적 내면화 경험
- 사회적 기회를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등 세 가지를 모두 요구합니다.
빌리처럼 ‘재능’과 ‘열정’이 있다 해도,
그 구조를 돌파하기 위한 지지자(멘토), 공간(학교), 자원(비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동은 시도조차 어려운 일입니다.
이 영화는 감동적인 성장영화로도 훌륭하지만, 경제·경영적 시각에서 보면 “계층 이동이란 무엇이며, 그 과정에서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결국, 이 영화가 묻고 있는 것은 단순합니다.
“당신이 빌리였다면, 그 구조를 뚫고 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겁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 주변의 ‘빌리’를 지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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