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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사회] 14. 외모 지상 주의와 생존 경쟁 [기기괴괴-성형수]

by 후랭쿠 2025. 4. 29.

[영화로 보는 사회] 14. 외모지상주의와 생존 경쟁 [기기괴괴-성형수 2020]

부제, 난 그저 사랑받고 싶었어. 

안녕하세요. 사회와 경제를 영화로 읽어보는 후랭쿠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외모는 단순한 개인적 만족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어버렸습니다. 인정받고 대우받기 위한 '표준 외모'에 대한 강박은, 이제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되었습니다. 외모가 경쟁력으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아름다움은 곧 경제적 자산이 됩니다. 반대로 외모 기준에서 밀려난 사람은 차별과 괄시를 감당해야 합니다.

이것이 비단 영화나 드라마 속 허구만은 아닙니다.
현실에서도 외모가 경제적 기회를 결정짓고, 사회적 서열을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외모를 통한 대우 격차가 심각하게 나타나며, 외모를 관리하거나 개선하려는 비용과 노력이 하나의 생존 경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외모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경제적 자산'처럼 취급되는 구조가 이미 굳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외모 경쟁이 사회 구조로 굳어진 현실을,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는 극단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주인공 '예지'는 사랑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바꿀 위험을 감수하게 됩니다.
이제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포스터
기기괴괴 성형수 포스터

기기괴괴 성형수 줄거리 

 연예인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을 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예지, 그녀는 오늘도 그녀가 담당하는 연예인 '미리'로부터 구박과 멸시를 받습니다. 외모로 대우가 갈리는 현실 속에서, 예지는 스스로를 무력하게 느끼며 살아갑니다.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너무나 예쁘고 만인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입니다. 하지만 외모의 출중함이 꼭 성격과 비례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화장품과 다이어트 및 각종 광고 모델로 활약을 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성격만은 주변인 모두를 힘들게 하는 갑 중의 갑입니다.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오늘도 그녀의 히스테리를 끝이 가는 줄 모릅니다. 그러다 이때 신입이라며 들어오는 배우 지훈이 등장합니다. 잘생기고 누가 봐도 매력 넘쳐 보이는 미남입니다. 예지에게는 말 붙이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 그가 갑자기 그녀를 보며 눈이 예쁘다는 말을 합니다.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예지는 수줍은 표정으로 당황하지만 이내 미리의 시샘으로 설레는 감정을 숨겨봅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촬영을 준비하며 대기 중인 예지는 보조출연자가 펑크를 내는 바람에 홈쇼핑 광고 촬영에 차질이 생기자 촬영 스텝의 부탁으로 촬영장에 들어가서 모델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쁜 모델이 아닌 맛있는 음식을 마구 먹는 역할이었습니다. 비포어 애프터에서 '비포어' 역할이었습니다. 예지는 그저 촬영 스텝이 시키는 대로 차려진 음식을 맛있게 먹고 촬영을 마쳤습니다만 이상하게도 후폭풍이 거셉니다.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인터넷에 올라온 자신의 사진들이 기괴한 말들과 조롱 섞인 악플로 도배가 되어 재생산됩니다. 예지의 유일한 낙은 편의점 음식을 잔뜩 사서 인터넷으로 다른 연예인이나 자신이 담당으로 한 미리의 기사에 악플을 다는 것인데, 우연히 자신이 나온 사진 게시글이 많은 이들의 조롱과 비난에 휩싸이게 된 것을 발견하자, 그녀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습니다.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그렇게 정신적인 충격으로 방 밖으로도 나오지도 않고 다른 예쁜 연예인 기사에 악플이나 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녀에게 갑자기 찾아온 한통의 문자와 택배. 예지는 자신에게 찾아온 문자가 단순한 스팸 문자가 아니고 자신에게 실제로 온 연락임을 감지합니다. 

"뭘까...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성형수인가"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그 택배 상자 안에는 성형수 2 통과 USB가 들어있었습니다. 그 광고 속에는 성형수를 홍보하는 여성과 이 여성이 어떻게 이 성형 수라는 액체를 통해 미인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시연 영상이 들어있습니다.  

 "단지 20분만 성형수에 얼굴을 담그고 있으면 당신의 얼굴이 예쁘게 바뀌어버립니다. 지금까지 내가 고통받은 시간에 비하면 이 시간은 찰나와도 같은 시간입니다."

아주 무서운 말이죠. 새로운 삶을 원하느냐는 그녀의 말은 예지의 정신을 쏙 빼놓습니다.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그녀의 말은 사기가 아니었습니다. 예지는 성형수를 통해 연예인을 해도 될 만큼의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름도 설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 삶을 찾게 되었습니다. 맞지 않는 큰 옷들은 이제 버려버리고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하기 시작합니다.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더 이상 예지의 육중한 몸매는 없고, 설혜의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와 얼굴을 가진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드라마나 상상 속에서 해왔던 시뮬레이션대로 이 남자 저 남자들을 만나보며 재보고 평가하며 고르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이 무시하는 존재가 아닌 눈도 똑바로 못 쳐다보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전의 습관들은 어디 가지 못하죠. 여기에 인기까지 끌게 되니 이제 거칠 것이 없습니다. 인생을 즐기며 더욱더 방탕한 생활로 빠지게 된 것입니다. 거기에 예전에 먹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어 다시 살이 찌기 시작합니다. 

다시 성형수를 사용해보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공짜로 사용할 수 없게 되버렸습니다.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엄마는 운동으로 뺄 생각을 해야지 왜 요행을 또 바라냐며 나무라지만 한번 효과를 본 이상 이제 예지, 아니 설화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기기괴괴-성형수 예고편

소속사에 들어가면 더 이상 쓸 일도 없으니 마지막으로 한 번만 사용하겠다고 하고 써보는데, 이제는 욕조에 성형수를 모두 담고 주의사항이라 들었던 20분 알람을 맞춰 놓은 후 욕조에 들어가 휴식을 취합니다. 이런 세상에, 배터리가 방전되어 잠시 잠이 들어버려 주의하라고 들었던 20분을 넘겨버립니다.  

 바로 그 순간!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얼굴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면서 영화는 우리를 정점으로 이끌게 됩니다. 

14화 외모지상주의와 생존경쟁


영화에서 예지는 어릴 때부터 사랑을 갈구한 여린 아이였고, 몸집이 커진 지금 역시 여전히 남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 영화를 보며 과연 누군가 그녀가 받아온 수모와 상처를 이해해 줄 사람이 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스며든 자기 증오와 낮은 자존감은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고 맙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넌 아직 행복해할 만한 돈을 가져본 적이 없는 거야."

내가 행복하려 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남들의 사랑과 관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예뻐지고 싶다는 자기만족의 집착이었을까?
외모가 전부인가?
영화는 극으로 치달을수록 이런 질문을 관객에게 끊임없이 던집니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웹툰 원작으로, 이미 해외 12개 영화제에 초청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초로 국내외 동시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이며, 앞으로 각종 시상식에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툰 쉐이딩 기법을 활용해 3D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2D 애니메이션 같은 친숙한 느낌을 살렸고, 관객들의 몰입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성우들의 연기 톤이 일반 드라마 연기와는 조금 달라 과장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연기였다면 대사 이해와 몰입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이는 영화 전체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결정적인 방해 요소는 아니었고, 충분히 참고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제작비 문제로 완성까지 6년이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작자인 전병진 PD는 인터뷰에서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였기에 투자나 호응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잘 완성해 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넘어서는 새로운 한국 애니메이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영화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내용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외모지상주의를 미적 우월감이나 환상이 아닌, 인간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구조적 편견으로 바라보며 냉정하게 해부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가 외모를 통해 사람을 평가하는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극단적으로, 건조하게 보여줍니다.

주말 운동 중에 가볍게 보기에도 괜찮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많은 생각이 남게 됩니다.
넷플릭스나 다른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더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작품입니다.
특히 '성형 강국'인 한국을 배경으로 한 만큼, 해외에서도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제작비가 조금 더 보강된다면, 이 세계관을 확장해 연속 시리즈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기기괴괴-성형수 영화 예고편


기기괴괴-성형수 명대사

"사랑을... 그저 사랑을 받고 싶었어. 난."

[기기괴괴 성형수]는 단지 한 개인의 비극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 속 예지가 겪는 고통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외모는 단순한 자기만족의 영역을 넘어섰습니다.
취업 시장에서는 단정한 인상을 넘어 '미남·미녀' 이미지가 요구되고,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는 사진, 이미지 평가가 여전히 암묵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승무원, 방송인, 심지어 일반 사무직 채용에서도 외모가 비공식 스펙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은 '노력'이라는 이름 아래 외모 관리, 성형 수술을 사실상 강요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한국에서는 10대 후반~20대 초반 성형 수술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성형 대출 상품'이라는 금융 상품까지 등장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표준 외모'에 맞추지 않으면 기본적인 기회조차 얻기 힘든 현실은,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생존 전략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 속 예지가 사랑받고 싶어 한 절실함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감정입니다.
'자존감'을 높이라고 하지만, 사회는 끊임없이 외모를 통해 개인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결국 외모를 가꾸는 일은 자기만족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생존 경쟁의 한 형태가 되어버립니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이 현실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그 극단성 덕분에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의 잔혹함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가, 왜 개인이 생존을 위해 외모까지 갈아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질문합니다.
사회가 강요하는 외모 기준에 순응하지 않고도, 평등하게 사랑받고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이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강하게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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